
우리집은 외벌이다. 세후로 매달 450만 원이 들어온다.
남들한테 말하면 "그 정도면 괜찮네" 하는데, 정작 가계부를 제대로 펴본 날 나는 좀 멍해졌다. 한 달에 남는 돈이 12만 원이었다.
큰 사고를 친 것도 아니다. 명품을 산 것도, 차를 바꾼 것도 아닌데 매달 이 모양이었다.
그래서 이 글은 '이상적인 가계부 예산표' 같은 게 아니다. 세후 450만 원을 실제로 굴려보면서 어디서 돈이 막히는지, 뭘 먼저 건드려야 숨통이 트이는지 적은 거다. 우리집이랑 비슷한 외벌이 4인 가족이면 숫자 그대로 대보기 좋을 거다.
우리집 한 달 예산표 (세후 450만원)
구분항목금액(만원)
| 고정비 |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| 122 |
| 고정비 | 관리비·공과금·통신비 | 47 |
| 고정비 | 보험료 | 36 |
| 고정비 | 자동차 유지비 | 28 |
| 변동비 | 식비·생활비 | 105 |
| 변동비 | 자녀 교육비 | 72 |
| 변동비 | 부모님·경조사·기타 | 18 |
| 저축 | ISA·연금 | 10 |
| 나가는 돈 합계 | 438 | |
| 남는 돈 | 12 |
표를 처음 보고 내가 제일 놀란 건 식비도 학원비도 아니었다. 고정비였다.
주담대 122, 관리비·통신 47, 보험 36, 차값 28. 이것만 더해도 233만 원. 들어온 돈의 절반이 넘는다.
여기서 하나 깨달았다. 식비 같은 변동비는 아무리 졸라매도 한 달에 10만 원 빼기 힘들다. 근데 고정비는 한 번 손보면 매달 자동으로 빠진다. 그래서 식비부터 줄이려던 걸 멈추고, 고정비부터 뜯어보기로 했다.
제일 먼저 본 건 대출이었다
솔직히 제일 무서운 항목이라 미루고 있었는데, 금액이 제일 크니까 효과도 제일 컸다.
내 주담대는 몇 년 전 금리가 낮을 때 받은 거라, 그동안 금리가 오르면서 원리금이 슬금슬금 늘어 있었다. 그래서 두 가지를 확인했다. 지금 금리가 갈아타기(대환)로 더 낮아질 수 있는지, 그리고 중도상환수수료가 남았는지.
이건 한 달에 몇만 원이 아니라 몇십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라, 외벌이라면 1년에 한 번은 무조건 확인하는 게 맞다고 본다.
보험료 36만원, 이게 맞나 싶었다
네 식구 보험료가 36만 원이었다. 소득의 8%다.
찾아보니 가구 보험료가 소득의 8%를 넘으면 한 번 점검해보라는 얘기가 많았다. 우리집도 오래전에 설계사 통해 든 거라, 중복되는 보장이나 안 쓰는 특약이 끼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. 무작정 깨는 건 위험해서, 일단 증권부터 다 꺼내 보기로 했다.
통신비는 의외로 제일 쉬웠다
관리비·공과금은 못 줄여도, 거기 묶인 통신비는 손댈 수 있었다. 알뜰폰이나 인터넷·휴대폰 결합할인으로 가구 단위 통신비를 줄이는 건 비교적 빨리 되는 일이었다. 효과는 대출만큼 크진 않아도, 스트레스 대비 절감이 제일 좋은 항목이었다.
식비랑 학원비는… 솔직히 못 줄였다
여기서부터는 현실이다.
식비 105만 원. 외식·배달 줄이면 된다는 거 안다. 근데 애 둘 키우면서 그게 마음처럼 안 된다. 배달비는 한 달 단위로 모아보면 생각보다 크니까, 그것부터 한 달만 기록해보기로 했다.
자녀 교육비 72만 원은 제일 줄이기 어려운 항목이다. 무리하게 한 번에 끊기보다, 과목 우선순위를 정해서 천천히 조정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었다.
50:30:20 법칙? 우리집엔 안 맞았다
흔히 필요 50 : 욕구 30 : 저축 20으로 짜라고 한다. 우리집에 대보니 이랬다.
구분권장우리집
| 필요(고정+필수) | 50% | 약 71% |
| 욕구(변동) | 30% | 약 27% |
| 저축 | 20% | 약 2% |
저축 2%. 비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이다. 그래서 이 단계 목표는 "저축 늘리기"가 아니다. 고정비를 줄여서 저축할 여력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목표다.
이번 달에 실제로 한 건 이거다
거창한 계획 대신, 일단 손에 잡히는 것부터 했다.
- 자동이체·자동결제 목록을 전부 뽑아서 출력했다
- 안 쓰는 구독 서비스 몇 개를 끊었다
- 대출 금리랑 대환 가능 여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
- 보험 증권을 다 꺼내서 중복 보장이 있는지 보기로 했다
숫자를 적고 나서 달라진 건 딱 하나다. 막연한 불안이 '어디부터 손대지'로 바뀌었다.
다음 글에서는 제일 크게 막혀 있는 그 대출(주담대 122만 원)을 실제로 갈아탈 수 있는지 직접 알아본 걸 적어보려 한다.